감 따기

지난 금요일에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올해엔 감을 대부분 팔지만 남아있는 감은 집에서 따서 곶감을 만들어야 한다고 와서 좀 도와 달라고 하셨다. 사실 가기 싫었지만 나이드신 아버지가 혼자 힘든일을 한다는 생각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토요일…

느즈막이 늦잠을 즐기고 11시쯤 부시시 일어나서 집에 반찬이 없다는 말에(의사소통이 안된 이유이다. 아버지는 집에 내 입맛에 맞는 반찬이 없으니 내가 먹을 반찬을 사가지고 오라는 말이었는데 나는 집에 반찬 자체가 없는 줄 알았다.) 마트에 들러서 반찬을 샀다. 조그만 팩에 든 찬이 왜 그렇게 비싼지… 행사로 3개를 골라 10,000원을 하는데 진짜 비싸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 후…

감 따기

2시간 동안 내가 딴 감의 흔적들이다.  오후 1시 반 쯤에 도착해서 4시간 정도 땄는데 11박스 정도 땄다. 아버지가 놀라더라…엄청 많이 땄다고..ㅋㅋ

물론 오랜만에 와서 일하는 나에게 립서비스로 하는 말이겠지만 기분은 좋았다.

우리집은 곶감을 한다.

서리가 오기 전에 감을 따야 하는데 일조권이 안 좋아서 그런지 벌어진 감이 많아서  그걸 해결을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경상대학교 농대에서 연구를 해도 이유를 못 찾는 걸 보니 우리가 그거 해결하기엔 요원한 일인 듯 하다.

벌어진 감

이게 벌어진 감이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진 않다. 이 녀석으로 감말랭이(우리 동네에선 감똘개)를 만든다. 올해는 감의 개체수가 적은 대신에 감이 크고 벌어진 감이 적어서 이 녀석들도 대우가 좋은 것 같다. 아니 없어서 못 판다는게 맞는 것 같다.

정상적인 감

정상적인 곶감을 만들려면 이런 녀석들로 만들어야 한다.

벌어지거나 조금이라도 물렁한 감들은 곶감을 만들 수 없다.

벌어진 녀석들은 감말랭이로 가고 물렁한 녀석들은 감식초로 환생한다.

11박스의 정상적인 감을 수확할 동안 1박스의 벌어진 감이 발생했다.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올해는 개체수는 적어도 감 상태는 좋은 것 같다.  이게 좋은건지 안 좋은 건지 나는 알 지 못하지만 🙂

아버지는 내가 자신을 도와서 쇼핑몰을 만들고 책임감을 가지고 곶감 농사에 일조하기를 바라시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일은 자신이 다 하시고 나는 가끔 얼굴만 비추면 된다고 하시지만 그게 그렇게 쉽나…

그래도 한 번 시도를 해보고 싶긴 하다.

내가 어떤 일을 책임지고 맡아서 얼마나 잘 해결 해 나갈 수 있을지…그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제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보다는 그냥 부딪혀 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늦었지만….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고 싶다.

맥주를 먹고 횡설수설 하지만 나에게 대한 욕심을 가지고 싶은 순간이다.